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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배 – 목회컬롬

목회컬럼

팔십종수(八十種樹)

Author
admin
Date
2023-08-05 05:04
Views
178
'씨 뿌리기'에 늘 호주머니에 은행열매나 호두를 넣고 다니면서 학교 빈터나 뒷산에 심는 노교수 이야기가 나옵니다. ​이유를 묻자 빈터에 은행나무가 우거지면 좋을 것 같아서라고 했다. 언제 열매가 맺혀지는 것을 보겠느냐고 웃자 "누가 따면 어떤가, 다 사람들이 얻을 열매인데"라고 대답했습니다.​ 여러 해 만에 그 학교를 다시 찾았을 때 키만큼 자란 은행나무와 제법 훤칠하게 자란 호두나무를 보았다. ​"예순에는 나무를 심지 않는다."고 말합니다. 심어봤자 그 열매는 못 보겠기에 하는 말입니다.

송유(宋兪)가 70세 고희연(古稀宴)을 했습니다. 귤(柑) 열매선물을 받고 그 씨를 거두어서 심게 했습니다. 사람들이 속으로 웃었습니다. 하지만 그는 10년 뒤에 귤열매를 먹고도 10년을 더 살다 세상을 떠났습니다.​ 황흠(黃欽)이 80세에 관직에서 물러나서 고향에 지낼 때에 종을 시켜서 밤나무를 심게 했습니다. 이웃 사람들이 웃었습니다. "연세가 여든이 넘으셨는데 너무 늦은 것이 아닐까요?" 황흠이 대답했습니다. "심심해서 그런 걸세. 자손에게 남겨준대도 나쁠 건 없지 않은가?" 10년 뒤에도 황흠은 건강했고, 그때 심은 밤나무에 밤송이가 달렸습니다. 이웃을 불러서 말했습니다. "자네 이 밤 맛 좀 보게나. 후손을 위해서 한 일이 날 위한 것이 되어 버렸군.

"​홍언필(洪彦弼)의 아내는 평양에 세 번을 갔습니다. 어려서 평양감사였던 아버지 송질을 따라갔고, 두 번째는 남편을 따라 갔으며, 세 번째는 아들 홍섬을 따라갔습니다. 아내로 처음 갔을 때에는 장난삼아서 감영에 배를 심었고, 두 번째 갔을 때에는 그 열매를 따 먹었습니다. 세 번째 갔을 때에는 재목으로 베어서 다리를 만들어 놓고 돌아왔습니다.​ 세 이야기 모두 '송천필담(松泉筆譚)'에 나옵니다.

"너무 늦은 때는 없습니다." 예순만 넘으면 노인행세를 하며 공부도 놓고 일도 안하며 그럭저럭 살다가 죽을 날만을 기다립니다. 100세 시대에 이런 조로(早老)는 좀 너무하다. "씨를 뿌리면 나무는 자란다." 설사 내가 그 열매를 못 딴들 어떠랴.​ 그렇습니다. 너무 늦은 때란 없습니다. 살아 있으면 나날이 새날이니까요. 오늘도 마음 설레는 새날입니다. 무언가 먼 훗날 가슴 뿌듯한 열매를 그리며 팔십종수하는 마음으로 의미 있는 한주간이 되기를 바랍니다. ​박목월 선생의 수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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