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석자는 크리스천의 손을 이끌고 손님을 맞는 커다란 거실로 데리고 들어갔다.
그 방은 한 번도 청소한 적이 없어 먼지투성이였다.
방을 한참 둘러보던 해석자는 어떤 남자에게 그곳을 청소하라고 지시했다.


그 사람이 비질을 하자 먼지가 한꺼번에 마구 일어나 크리스천은 거의 숨이 막혀 질실할 것 같았다.
그러자 해석자가 곁에 서 있던 소녀에게 물을 갖다 뿌리라고 했다.
물을 뿌리자 먼지가 가라앉았고 방은 깨끗하게 되었다.


해석자: 이 방은 썩지 않는 은혜의 말씀으로 한 번도 씻음받은 적이 없는 인간의 심히 부패하고 악독한 마음을 의미한다.
먼지는 사람의 원죄와 마음속에서 그의 전신을 더럽히는 썩은 것들이지요.
그리고 이 방을 쓸었던 자는 율법을 의미한다.


율법이 비질을 하자 먼지가 방안을 뒤덮고 거의 숨이 막힐 지경이 되었지요.
이것처럼 율법은 죄로 더러워진 마음을 깨끗케 하기는 커녕 아무리 주의하고 금지시켜도
인간의 부패한 마음에 자리 잡은 죄의 뿌리를 뽑지 못하고 오히려 죄를 되살아나게 하고(롬7:9)
죄를 부추기는 힘이 되며(고전15:56)
영혼의 죄까지 들추어내서 증가시킨다롬5:20).
율법은 죄를 깨닫게 하고 죄를 짓지 못하게 해주지만 죄를 지배할 수는 없기 때문이지요.


그리고 물을 뿌린 소녀는 복음을 의미한다.
소녀가 물을 뿌려 먼지를 가라앉힌 후에야 방이 깨끗이 되었던 것처럼 복음은 사람의 마음을 감화시키고
죄를 물리치며 그 마음을 거룩하게 하는 능력이 있어 사람들로 하여금 죄를 다스리고 정복할 수 있게 해준다.
그 복음을 믿고 받아들이게 되면 영혼도 깨끗해져서 결국 영광의 왕과 함께 영광에 참여하게 되는 것이다.
복음은 사람의 영혼을 깨끗케 한다(요15:3,엡5:26,롬16:25,요15:13).



- 존 번연, 「쉽게 읽는 천로역정」에서